2009년 5월 11일, 어제 밤 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MBC는 어제 ‘9시 뉴스데스크’ 첫 보도를 단독보도로 시작했다. “검찰과 국세청 두 권력기관이 박연차 회장 수사와 관련해 충돌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구체적으로는 “검찰에 파견된 국세청 직원들이 오늘(11일) 전원 철수하겠다고 통보했”다고 한다. 대검 중수부에 수사 지원을 위해 파견된 국세청 직원 10여명, 그리고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와 금융조세조사부에 파견된 국세청 직원 10여명이 철수하기로 했다는 것.
MBC “중수부 파견 국세청 직원 전원 철수 통보” MBC는 “국세청 직원들의 이 같은 집단 움직임은 지난 주 수요일 서울 지방국세청에 대한 검찰의 강도 높은 압수수색에 대한 반발이 가장 큰 이유인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익명의 ‘국세청 관계자’ 반응도 전했다.
“검찰이 국세청을 불신하는데 검찰을 도와주러 파견 나가 있는 것은 말이 안된다.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MBC는 “국셍청이 아직 공식 통보를 하진 않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은 대검을 통해 이미 법무부까지 보고됐고, 검찰엔 비상이 걸렸다”고 보도했다.
보통 일이 아니다. 검찰과 국세청이라는 두 권력기관이 정면으로 충돌한다면 이는 단순히 권력기관의 파워 게임이 아니다. 이 정권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이다. 권력기관들이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것은 사실 ‘정권’ 차원을 넘어서는, 체제 불안의 징후다.
그런데, 오늘 아침 그 어떤 신문도 이같은 사실을 전하지 않았다. <조선일보>나 <동아일보>, <중앙일보>는 물론 <경향신문>이나 <한겨레> 그 어떤 신문에서도 관련 소식을 찾아볼 수 없다. KBS나 SBS 등 다른 방송 또한 마찬가지다.
모든 신문들은 ‘침묵’ 모드…그렇다면 MBC가 오보? 이상한 일이다. 보통 이런 정도의 내용이라면 가부간에 어떤 식으로든 기사를 싣는 것이 정상일 것이다. MBC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당연히 주요 뉴스로 다뤄져야 했을 것이다. 만약 그것이 사실과 다르다고 하다면, MBC가 ‘오보했다’고라도 보도할 만하다. MBC ‘PD수첩’ 내용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고 있는 조중동과 같은 신문들이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MBC를 공격하기에는 얼마나 좋은 ‘소재’인가?
그런데 조중동은 물론 <경향신문>이나 <한겨레> 같은 신문에서도 가타부타 단 한 줄의 기사도 찾아볼 수가 없다. 철저한 ‘외면’이고 ‘침묵’이다. 도대체 지난 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어떻게 MBC를 제외한 모든 신문과 방송들이 이처럼 침묵 할 수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MBC는? MBC가 오보를 한 것일까.
MBC는 오늘(12일) 아침 뉴스투데이에서도 역시 이 소식을 첫 번째로 보도했다. 어제 밤 ‘뉴스데스크’와 다른 내용이라면 ‘밤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가 하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 정도다.
“어제 MBC 뉴스데스크가 이같은 사실을 보도하자 두 기관은 공식 부인하고 밤 사이 사태 봉합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과 국세청이 MBC의 보도를 공식 부인하면서, 사태 수습에 나섰다는 이야기다. 사태 수습의 ‘핵심’은 말 할 나위 없이 이런 ‘사실(?)’이 더 이상 보도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을 게다. 검찰과 국세청은 그것을 완벽하게 해냈다. 모든 신문과 방송을 틀어막은 것이다. MBC가 보도했다는 ‘사실’ 자체 까지를 원천 봉쇄하는 데 성공했다.
두 권력기관의 막강 파워를 유감없이 보여준 것이라고나 할까?
그래서다. MBC의 보도가 심상치 않은 것은. 다른 신문과 방송의 ‘침묵’이 더 두드러져 보이는 것도. 이야말로 사실은 ‘기사’ 거리임에 분명하다.
<관련 링크>
5월 11일 檢 파견 국세청 직원 철수‥갈등 표면화
5월 12일 檢 파견 국세청 직원 철수‥권력기관 충돌
http://v.daum.net/link/3141834